
1. 저자 소개: 고뇌하는 거인, 레프 톨스토이
레프 톨스토이는 1828년 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친척들의 손에서 자란 그는 카잔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형식적인 학문에 회의를 느끼고 중퇴했습니다. 이후 방탕한 청년기를 보내기도 했으나 도박 빚과 삶의 권태를 이기기 위해 군에 입대했고, 이때의 경험은 그의 문학적 토양이 되었습니다. 특히 코카서스 전쟁과 크림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하며 얻은 생생한 기록들은 훗날 그가 전쟁의 비정함과 인간의 실존을 묘사하는 데 결정적인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그는 단순한 소설가를 넘어 사상가이자 교육자, 그리고 종교적 구도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중년 이후에는 귀족으로서의 특권을 부정하고 농민들과 함께 노동하며 금욕적인 삶을 지향했습니다. 그의 후기 사상은 비폭력 무저항주의로 요약되며, 이는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와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등 후대 지도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톨스토이는 인간 내면의 모순과 도덕적 갈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으며,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사상과 현실 사이의 괴로움 속에서 방황하다가 1910년 아스타포보역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서사시였으며, 그 정점에 놓인 작품이 바로 <전쟁과 평화>입니다.
2. 내용 요약: 역사의 소용돌이 속 다섯 가문의 대서사시
<전쟁과 평화>는 1805년부터 1820년에 이르는 나폴레옹 전쟁 시기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합니다. 소설은 특정 주인공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볼콘스키, 로스토프, 베주호프 등 러시아의 주요 귀족 가문을 중심으로 수백 명의 등장인물이 얽히고설키며 전개됩니다. 크게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이라는 거대한 '전쟁'의 흐름과, 그 속에서 개인이 겪는 사랑과 고뇌라는 '평화'의 일상이 교차합니다.
이야기의 중심축 중 하나인 피에르 베주호프는 서자로 태어나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인물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다가 전쟁을 겪으며 정신적 성숙을 이룹니다. 또 다른 축인 안드레이 볼콘스키 공작은 냉철한 지성을 지닌 군인으로, 전쟁터에서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명예와 야망의 허망함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생명력 넘치는 순수함을 상징하는 나타샤 로스토바는 고난을 겪으며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합니다. 1812년 나폴레옹의 대육군이 모스크바를 점령하고 불태우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과 구원을 모색합니다. 톨스토이는 보로디노 전투와 같은 거대한 역사적 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동시에, 이름 없는 병사들과 민중들이 보여주는 숭고한 희생을 통해 역사의 진정한 동력이 무엇인지 탐구합니다.
3. 예술적 및 역사적 평가: 소설을 넘어선 인류의 기록
<전쟁과 평화>에 대한 평가는 소설이라는 장르적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에서 시작됩니다. 출간 당시부터 이 작품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역사서이자 철학서, 혹은 러시아 민중의 백과사전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톨스토이는 '위대한 영웅 한 명이 역사를 움직인다'는 당시의 영웅주의적 사관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그는 역사가 수많은 무명의 개인이 내린 선택과 우연의 집합체로 움직인다는 민중 중심의 역사관을 제시했습니다.
예술적으로는 심리 묘사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인물들이 각기 다른 성격과 목소리를 지니고 살아 숨 쉬듯 묘사된 점은 오늘날까지도 작가들에게 경외의 대상입니다. 플로베르는 이 작품을 보고 "셰익스피어 이후 가장 위대한 심리 묘사"라고 극찬했습니다. 또한, 전쟁의 잔혹함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묘사함으로써 전쟁의 허무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이 작품은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으며, 인간 영혼의 보편적인 진리를 담아냈기에 시대를 불문하고 전 세계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습니다. 결국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역사의 거대한 파도 속에서 개인의 의지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으며, 그 과정 자체가 인류 문학사상 가장 빛나는 성취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