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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답고 고통스러운 소설, <스토너>

by goldidea 2025. 6. 16.

스토너 표지 이미지
<스토너> 표지 이미지입니다.

 

 

한 인간의 평범한 삶이 어떻게 존엄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소설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의 <스토너(Stoner)>는 1965년에 발표된 미국 소설로, 출간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2000년대 이후 재조명되며 전 세계적인 문학적 재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미국 미주리 주립대학교의 영문학 교수 윌리엄 스토너의 평범하면서도 고요한 삶을 따라가며, 삶의 의미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섬세하게 조명합니다.
스토너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부모의 권유로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합니다. 그러나 어느 날 수업 중 접하게 된 셰익스피어의 문학에 강한 감동을 받고,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영문학을 전공하게 됩니다. 이는 그의 삶에 있어 첫 번째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스토너는 조용하지만 성실한 자세로 학문에 몰두하며, 학자가 되는 길을 선택합니다.
대학에서 교수로 임용된 이후, 그는 진중하게 연구와 교육에 임하지만, 직장 내 정치적 갈등과 개인적인 불운이 그를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특히 동료 교수들과의 갈등, 무능한 동료의 보호 문제, 학문적 진실을 지키려는 그의 고집은 결국 학계에서 고립되는 원인이 됩니다.
스토너의 결혼 생활 또한 불행합니다. 아내 에디스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며, 스토너와 감정적 유대감을 맺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둘의 관계는 점차 소원해지고, 딸 그레이스와의 관계 역시 어긋나게 됩니다. 스토너는 학문과 교육에 몰두하며 감정적인 상처를 묵묵히 감내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단 한 번의 진실된 사랑—젊은 강사 캐서린 드리스콜과의 관계—을 통해 일시적인 위안을 얻습니다. 그러나 이 사랑마저 대학 내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끝을 맺게 됩니다.
스토너는 평생 교수직을 유지하며 학문적 소명에 헌신하지만, 그의 삶은 외부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는 조용히 병을 앓고, 조용히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나 그의 생은 오히려 그 조용함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빛을 발합니다. 이 작품은 한 인간이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가는지, 평범한 삶이 어떻게 존엄해질 수 있는지를 깊이 있게 보여줍니다.

 


독자의 내면을 흔드는 힘이 있는 작품

<스토너>는 출간 이후 오랫동안 잊혀 있었으나, 2000년대 들어 유럽, 특히 프랑스를 중심으로 재조명되면서 "조용한 걸작"이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독자들은 이 작품이 외형적으로는 아무 변화도 없는 듯 보이지만, 읽는 사람의 내면을 조용히 흔드는 힘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화려한 사건이나 드라마틱한 전개 없이도 감정의 깊이를 이끌어내는 힘은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남는 감동을 줍니다.
특히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의 인생이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는 성공하지도 않고, 큰 사랑을 쟁취하지도 않으며,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않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많은 독자들은 오히려 그 평범함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투영하며 진정한 의미와 위로를 발견합니다. 그는 실패하고, 고립되며, 좌절하지만, 끝까지 자신만의 가치를 지키고자 애쓰는 인물입니다.
스토너의 조용한 고통과 헌신, 그리고 작은 기쁨들은 특히 중장년 독자층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에 헌신하며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게 하며,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진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반면 일부 독자들은 지나치게 정적인 전개와 감정 표현의 절제를 부담스럽게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자극적인 전개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점이 오히려 이 작품만의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여지며, 독자들의 자발적인 ‘재독’을 부르는 고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문학 평론가들은 <스토너>를 “가장 아름답고 고통스러운 미국 소설 중 하나”라고 평가합니다. 이 작품은 문학적 기술이나 줄거리의 화려함보다는, 묵직한 정서와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집중합니다. 평범한 한 인간의 일생을 조명하면서도, 독자와의 정서적 연결성을 탁월하게 이끌어내는 점에서 문학적 깊이가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스토너라는 인물은 미국 문학에서 보기 드문 ‘반영웅’ 캐릭터입니다. 그는 출세하지 않으며, 사회적 성공을 거두지 않고, 심지어 가족과도 멀어지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는 학문에 대한 사랑, 진실성, 성실함이라는 가치에 헌신하며, 그 자체로 독자와 평론가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특히 문학 연구자들은 이 작품이 ‘평범함의 미학’을 문학적으로 완성시킨 보기 드문 예라고 분석합니다.
언어적으로도 <스토너>는 절제된 문장, 담백한 서술 방식,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문학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존 윌리엄스는 독자에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인물의 내면을 차분하게 묘사하면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이런 방식은 마치 이언 매큐언, 앤드류 포터와 같은 현대 문학가들의 정서적 문체에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지나치게 우울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인물을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오히려 시대적 가치를 초월하는 문학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자극적이고 빠르게 소비되는 현대 콘텐츠 사이에서 <스토너>는 ‘느림의 미학’을 통해 문학의 본질적 가치를 환기시키는 작품으로, 현재에도 문학 강의, 독서모임, 문학 비평서 등에서 지속적으로 인용되고 분석됩니다.

 


20세기 미국 문학의 숨은 거장, 존 윌리엄스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는 1922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난 작가이자 문학 교수로, 생전에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지만, 사후에 재조명되며 20세기 미국 문학의 숨은 거장으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귀국하여 덴버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교수로 재직했으며, 동시에 작가로서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는 총 네 권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스토너> 외에도 <아우구스투스(Augustus)>, <오로지 밤뿐(Nothing But the Night)>, <도살자의 건널목(Butcher's Crossing)>가 있으며, 그중 <아우구스투스>로는 1973년 내셔널 북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생전 그의 작품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스토너> 역시 초판 발행 당시에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윌리엄스는 글쓰기와 문학의 진정성에 대한 깊은 신념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한 문장 한 문장 정교하게 다듬는 작가였습니다. <스토너>는 그가 1965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소박하지만 강렬한 삶의 기록을 통해 ‘작지만 완벽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문학을 통해 인간의 내면, 소외, 고독, 헌신, 실패와 같은 주제를 조용히 그러나 진지하게 탐구했습니다. 현대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감동을 받는 이유도 바로 그 ‘조용한 정직함’ 때문입니다. 1994년 폐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이후 <스토너>의 재출간과 세계적 성공으로 인해 그의 문학은 사후에 꽃을 피웠습니다. 존 윌리엄스는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가 가장 문학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작가로 평가되며,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으며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습니다.